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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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요 | 2009/12/12 12:12 | 트랙백 | 덧글(32)

조각 글 모음.

#1
이글루를 나눴다. 예전 살던 이글루는 그냥 공부를 위한 창고로 활용하고, 지금 쓰는 이글루에는 지름 포스팅이나, 소소한 일상이나 적기로 했다.

#2
요새 무기력하다. 생활이 무던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감정의 기복 폭이 줄어든다. 오욕 칠정의 욕구가 줄어들어 인간사에 초탈한 도인과 같은 게 아니라, 방전된 베터리가 된 느낌이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인간성이 마모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불쾌하고 불편한 것들을 낯설게 받아드리지 못하고 점차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
강유원의 새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을 정리했는데 꽤나 허망하다. 공부는 아무래도 귀찮고 지루한 일의 연속인 듯하다. 6-7월에는 플라톤의 정치 일부분과,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 정도만 읽고 정리하는 걸로 목표를 잡았다. 여기서 더 이상 욕심을 내는 것은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발악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실을 이제야 알다니, 참 한심하다.

#4
모든 욕구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여전히 왕성한, 아니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는 욕구는 지름 욕구다. 예전에도 잘 지르곤 했지만 요새는 주체하기 힘들 정도다. 어쩌면 모든 욕구가 지름 욕구로 집약되고 있는 모르겠다.

#5
타 과 교수님이 내 근황에 대해서 물으셨다고 한다. 전공 교수님들에게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인데 타과 교수님들에게는 이렇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니, 실로 놀랍다.


by 담요 | 2008/05/22 18:49 | 항해일지 | 트랙백 | 덧글(3)

테디 베어.

집에 있는 게 무료하기도 하고, 영어 공부도 좀 해야할 것 같기도 해서 이번 달 어학원에 등록했다. 선생님은 캐나다 분인데 항상 에너지에 넘치는 재밌는 분이다. 나의 이름을 잊어 버려서 괴상한 이름으로 나를 부르기도 하지만, 괴상한 이름이라는 것이 나름대로 수용가능한 범위여서 별반 문제가 없었다.

오늘 교실에 들어갔더니, 나를 한 번 쭉 훑어 보더니, 테디베어라고 말했다. 내가 좀 정색했더니 정정한다면서 다시 부른 말이 "섹시한 테디 베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째려 봤는데 그 중 테디베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사죄를 드리고 싶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입고간 노란 색 반팔티, 캔버스화, 살이 빠져서 거의 힙합 바지가 되버린 청바지, 거기에 팽윤하는 볼살이 더해져서 나온 말 같은데, 아. 어학원 가기 무섭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려나. 테디베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의를 보일지도 모르는데. 다닌지 얼마 안 되었는데 학원가기가 무서워지다니 슬픈 일이다.
by 담요 | 2008/05/22 00:53 | 트랙백 | 덧글(6)

여자에게 힐이란 어떤 의미인건가.

나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여자들 힐의 높이를 잘 가늠하는 편이다. 이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보기 보다는 주변 여성들이 힐을 많이 신다 보니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감각이 생겼을 뿐이지, 눈썰미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주변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8-9cm 선을 많이 신기 때문에 그 정도 선 안에서만 비교적 정확하게 힐 높이를 추정할 수 있다. "8cm보다는 조금 높아 보이네, 9cm?", "8cm보다는 조금 낮아 보이네, 7cm?" 대략 이런 식이다.

지난 주말, 아는 선배와 함께 연극을 봤는데 선배가 힐을 신고 나왔다. 힐이 정말 예뻐서 몇 마디 말했다. "이거 정말 잘 사신 거 같아요." " 색상이 예쁘네요." 여기까지는 늘상 있는 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과외를 주말에 몇 개를 하고 와서 그런지, 선배는 별 말이 없었다. 나는 선배가 사주는 파스타를 맛나게 먹었는데, 선배가 다시 힐 이야기를 조금 했다.

선배는 자기 힐이 몇 cm 되어 보이냐고 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9cm 정도 되는 일반적인 힐 같았는데 선배의 키가 다소 작은지라, 6cm(여기서 부터는 힐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어지는) 정도로 보인다고 줄여 말했다. 그랬더니, "그러냐"고 대답한 다음 힐에 관해서는 더이상 물어 보지 않았다. 파스타를 먹으면서 봤던 공연을 이야기를 마저 하고, 나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 내가 자리에 앉을려고 했을 때 선배는 스틸자를 꺼내서 힐의 높이를 재보고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는데 왜 파스타를 먹다 말고, 힐의 높이를 그 자리에서 재보았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by 담요 | 2008/05/22 00:41 | 트랙백 | 덧글(6)

유아적 요소?

그동안 몰랐는데 다 큰 애가 아이스크림 즐겨 먹고, 초콜릿, 도넛을 좋아하고, 거기다가 인형까지 좋아하면 유아적 요소가 충만하다는 거라고 한다. 인형이야, 원래 그렇다 하지만, 어른도 초콜릿, 도넛, 아이스크림 좋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내가 도넛을 좀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이스크림도 좀 잘 먹긴 하지만 그걸로만으로 유딩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문자를 돌렸다. " 아이스크림, 초콜릿, 도넛, 인형 좋아하면 그 사람은 유아적 요소가 다분한 건가? " 잠시 후 날아오는 문자들, 나쁜 친구들 대부분이 그 질문에 긍정했다. 어른은 아이스크림, 도넛,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고, 유아적 요소가 다분히 있는 성인들이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도 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나는 광적으로 좋아하는 게 맞다고 한다. 나쁜 친구들이 분명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게 확실했다. 너무 억울했다.

그들이 옳을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들의 말이 옳다면 그동안 내가 올린 일상 포스팅들은 유아적 요소가 다분히 반영된 포스팅이라는 건가. 뭔가 폼나는 포스팅을 해보고 싶었는데.유딩 인생으로 끝이 나는 구나. 오호 통재라.
by 담요 | 2008/05/18 01:29 | 항해일지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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